천안함 46용사

추모글

천안함 46용사들에게...

나는 그대들을 모릅니다.
그대들 중 한 사람만이 나의 피붙이일 뿐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대들 모두를 압니다.
분단된 나라에 태어나 하나 되지 못하는
조국의 숙명을 가슴으로 끌어안으며
국가가 부여한 사명 앞에 스스로 일어나
조국의 바다를 지키겠노라 나섰던
자랑스러운 이 나라의 뜨거운 청춘들이었음을 압니다.

내 비록 그대들의 면면을 알지는 못 하나 그대들은 분명
부모의 은혜 앞에 성심으로 부양하는
효심 깊은 아들이었을 것입니다.
무탈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아내의
자상한 남편이었을 것입니다.
초롱한 눈망울로 세상을 비추는 아이의
다정한 아빠였을 것입니다.
세파에 힘겨워 할 때 기꺼이 어깨를 내어주던
의좋은 형제였을 것입니다.

때로는 부족할 수도, 때로는 미치지
못할 수도 있었겠지만,
인간미 어린 실수에 겸연쩍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숙여주던
사람 좋은 그대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랬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이리도 아프고, 이리도
서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대들이 험한 바닷길 위에서
칼바람에 손발이 부르트고
몰아치는 파도에 이리저리 휘몰리면서도
주어진 임부를 다 할 때
따뜻한 방 안에서 나태한 욕심을 투정하고
있었음이 미안합니다.

깊고 어두운 바다 속에서 죽음의 냉기에
체온을 빼앗기며 가쁜 숨을 몰아 쉴 때,
아무것도 하지 못 한 채, 그대들을 잡아
줄 수 없음이 미안합니다.

이 나라를 위해 앞서 간 수많은 죽음을 알면서도
미처 깨닫지 아니하고
살피고 준비하지 못하여 그대들을 지켜주지
못 했음이 미안합니다.

먼 길 떠나는 그대들의 발걸음에 달린
무거운 혼돈의 추를 걷어내지 못 하여
평안의 길로 고이 보내 드리지 못 했음이
또한 미안합니다.

약속합니다.
이내 능력이 미약하고 살아있는 이들을
돌보리라 약속하지는 못 합니다.

그저, 조국의 바다 위에 새겨진 그대들의 이름과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노라는 소심한 다짐을 약속합니다.

그대들이 목숨을 바쳐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대한민국의 땅과 바다 위에
더 이상은 뜨거운 젊은 피가 뿌려지는 아픔이 없게
해달라고 외칠 것을 약속합니다.

그대들이 누리지 못한 시간을 누림에 있어
방탕히 보내지 아니하고
그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것을 약속합니다.

먼 훗날 이내 생이 다 하여 그대들이 있는
곳에서 다시 만날 때,
기꺼이 뜨겁게 얼싸 안으며 너무 일찍
세상을 등진 그대들에게
진정으로, 진정으로 서운했다 한 마디 하렵니다.

이제 감히 명하고자 합니다.
이 시간 부로 그대들에게 주어졌던
모든 임무를 종료하고
생전의 모든 번뇌에서 완전히 해탈하여
그 어떤 미움도, 전쟁도 없는,
한 없이 따뜻하고 평화로운 그곳에서
편안히 영면하기를 감히 명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이 잠드소서.

2011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 1주기에
천안함 의무장 故최정환 상사의
자형 이정국 拜上